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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리뷰

[게임리뷰]카후나 - 두 마법사의 숨막히는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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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후나


 지금은 많이 꺾이긴 했지만 1990초의 스트리트 파이터2를 시작으로 오락실에서 대전격투게임이 크게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들 게임의 인기는 캐릭터성이나 타격감 등이 주는 재미도 있었지만 2명의 플레이어가 격돌하는 심리적인 공방을 아주 잘 표현했던 것이 개인적으로는 인상 깊었습니다. 상대를 구석에 잘 몰아서 심리적으로 압박하면서 체력을 서서히 깎을때나 상대의 한순간 빈틈을 읽고 강력한 연속기를 구사할 때의 느낌은 정말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2인용 보드게임은 이런 수읽기 싸움의 극한을 보여주는 면이 있긴 하지만 수읽기가 깊은 대신 게임은 한없이 딱딱합니다. 바둑 같은 게임은 심오하긴 하지만 쉽게 배워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기엔 거리가 있죠. (제 생각에 바둑은 제대로 하려면 평생 배워야 할 게임이 아닌가 합니다.) 바둑이 아니어도 좋은 2인용 게임으로 알려진 게임들은 하나같이 플레이 타임도 길고 그 공방 역시 정적인 느낌이어서 대전격투게임의 화끈함을 느끼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양 극단에 있는 게임의 절충적인 게임이라면 저는 카후나를 꼽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은 2인용 게임으로 카후나를 추천하는 것도 쉽고 배울 수 있으면서도 상당한 수읽기와 치고받는 공방이 잘 나타나기 때문일 겁니다.
 

 일단 게임의 줄거리는 두 마법사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결을 펼칩니다. 그 이유는 점심내기다. 연적을 물리치기 위한 대결이다 등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현재 알려지진 않고 있습니다.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에서 마법의 힘을 이용해 섬을 하나하나 차지해 나가면서 누가 더 많은 섬을 차지하게 되느냐 하는 것이 대결의 방식입니다.


 카드에는 섬의 이름과 위치가 그려져 있습니다. 카드를 1장 사용하면 해당 섬 위에 다리를 놓을 수 있습니다. 카드는 매턴 1장씩 써도 상관없고, 카드를 쓰지말고 아꼈다가 한번에 여러 섬에서 마법을 발동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카드 사용이 끝나면 매턴 끝날 때마다 최대 1장의 카드를 보충받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섬마다 다리를 놓아가며 세력을 넓히다가, 한 섬위에 과반수만큼의 다리를 놓게 되면 섬을 차지하게 됩니다. 섬을 차지할 때 그 섬에 있는 상대방의 다리를 모두 치운다는 것이 게임의 포인트입니다.


 더 무서운 점은 섬을 차지하는 순간 다리가 치워지면서 인접한 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한번에 여러섬의 지배권이 날아가버리는 연쇄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카드를 모았다가 터뜨리는 방식의 플레이를 하면 이런 상황이 더욱 자주 일어납니다. 이런 통쾌함이 카후나의 매력중 하나입니다.


 카드운이 게임에 작용하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항상 가져올 수 있는 카드를 3장 중에 선택할 수 있고, 상대가 가져간 카드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카드운의 영향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상대의 손에 들어가는 카드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상대의 전략까지도 읽을 수 있습니다. 속임수나 도박적인 노림수의 매력은 떨어지지만 착실한 전략으로 조금씩 상대를 제압해 나가야 하며, “이곳을 내주는 대신 다른곳을 빼앗는 식”의 혼전 양상으로 나타나는 게임 양상은 게임을 더욱 즐겁게 해줍니다.


 게임은 총 3라운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 2개 라운드는 두 세력의 충돌이 거의 없는 포석의 단계에 가깝고 3라운드에는 본격적인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물론 1라운드와 2라운드에 착실하게 우위를 점한 플레이어가 3라운드에서도 유리하지만, 점수배점이 3라운드로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1라운드와 2라운드를 내주더라도 크게 뒤지지만 않았다면 3라운드의 선전으로 역전의 기회는 충분히 있습니다. 더욱이 한순간의 빈틈이 큰 재앙을 몰고오는 게임특성 상 게임은 끝까지 앞을 내다보기 힘들어집니다.


 게임은 간단하지만 의외로 정밀하다는 느낌이 드는 데 개인적으로는 엘그란데나 웹 오브 파워 같은 세력싸움 게임을 2인용으로 즐길 수 있도록 바꿔놓은 느낌도 받았습니다.


 각 지방은 섬으로 세력의 강함은 다리로 표현이 되어 있고, 점수 대신에 섬의 지배를 나타내는 돌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력의 이동 같은 요소는 없지만 한 지방에 세력을 구축할 때 옆 지방의 세력에 영향을 주도록 만든 특징적인 방식은 2인용 게임이라는 게임성격과 맞물려 그 묘미를 충분히 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