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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i Galli 예리한 관찰력으로 종을 울려라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는 개에게 먹이를 줄 때에 종소리를 들려주는 실험으로 조건반사를 입증하며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실험은 심리학계나 생리학계에서 인간의 심리를 분석하는 하나의 장을 연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0년 뒤 세상에는 과일 5개가 모일 때마다 반사적으로 종을 치는 '할리갈리'라는 게임이 유행하게 됩니다.
2003년 보드게임카페의 붐을 일으킨 주인공은 다름아닌 할리갈리였습니다. 대학가 보드게임 카페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돌기 시작하더니 각종 메스컴에서는 보드게임카페의 할리갈리 열풍을 디지털 세대의 아날로그로의 회귀라며 들썩거리게 만들기도 했었죠. 무엇이 이토록 우리를 열광케 했던가 한번 파헤쳐 보기로 하겠습니다. Open the Box
박스를 열면 게임의 내용물은 상당히 간단합니다. 식욕을 자극하는 과일이 그려진 카드들과 호텔에서 종업원을 부르는 데 사용될 법한 종 1개가 보입니다. 종은 크기가 작아 멋지게 울리는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청명한 음색을 자랑하며 스트레스 해소에도 매우 효과적인 이 게임의 하이라이트입니다. About the Game
단촐한 내용물 만큼이나 이 게임은 간단한 규칙을 자랑합니다. 일단 게임은 모두가 카드를 똑같이 나누어 갖고 시작합니다. 먼저 기억할 것은 카드는 곧 생명이며 카드를 모두 잃으면 게임에서 진다는 겁니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카드 1장을 모두가 볼 수 있게 넘깁니다. 그렇게 카드를 넘기다 보면 테이블에 특정 과일이 5개가 되는 순간이 옵니다. 멍청하게 카드만 넘기고 있다가는 순간을 놓치게 되죠.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종을 울리시면 이번 판에 나온 카드들을 모두 수거해 카드 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청명한 종소리는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 놀라운 효과도 있답니다. 이런 식으로 반복하면서, 카드가 떨어진 사람들을 차례로 탈락시키고, 최후의 2명이 남으면 게임이 끝나며, 남은 카드의 숫자로 우승과 준우승을 가리게 됩니다. Point 할리갈리는 딱지와 구슬에 열광하던 어린시절 놀이의 추억을 재현하며, 쉬운 규칙으로 인해 연령과 성별 인종을 초월하는 많은 이들이 수용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게임 내내 간발의 차 명승부가 자주 벌어지기 때문에 점점 눈썰미와 순발력을 동원하며 게임에 몰입하는 가운데경쟁 속에 어느새 투쟁심이 솓구치는 놀라운 몰입도를 자랑합니다. 게다가 남녀 플레이어 비율이 적절히 섞였을 때의 화기애애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과거 순진한 청년들이 마음에 있는 아가씨의 손을 한번 잡아 보기 위한 수단으로 전기오르게 하기 라는 것이 곽광을 받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전기 오르게 하기는 이후 손금보기 등으로 발전합니다. 뭐 요즘이야 세태가 변해 가벼운 스킨십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구사할 수 있는게 보통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할 용기가 없는 우리의 순진남 들에게 할리갈리는 또 다른 대안입니다.
할리갈리는 쉽고 누구나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임이지만 시세포를 통해 입수된 시각적 자극이 대뇌를 통해 손의 움직임으로 반응하는 속도가 남들보다 유난히 느린 분들에게는 이런 게임에서도 소외되는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게다가 특정 고향을 가진 분들에게 이는 더욱 큰 마음의 상처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멋지게 패하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난 어차피 안돼, 어차피 못 칠걸”같은 태도로 게임을 하면 점점 집중력이 더 떨어지고 모임의 분위기마저 망치는 일도 종종 있게 됩니다.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하는 게임에서는 그런 예의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느려서 안 되시는 분들, 일단 늦었더라도 종을 향해 손은 뻗어보세요. 모두가 즐겁다면 당신은 이미 패자가 아닙니다. 또 실제로 어느 게임에서나 그렇듯 고수와 하수는 종잇장 차이죠. 훈련과 노력으로 극복될 여지도 분명히 있습니다. Epilogue 종소리란 참으로 오묘해서, 그 특이한 떨림으로 인해 소리가 참 멀리 퍼집니다. 듣는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도 하고요. 그 은은하고 여운이 남는 음색이란 16화음 벨소리의 핸드폰 따위가 흉내 낼 수 있는 게 아니죠. 이즈음에야 학교에서도 디지털 차임벨이 울리고, 종교에 조예가 깊은 분이 아니면 1년에 종소리 들을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이런 멋진 종소리를 들을 기회가 많지 않으니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실컷 울려보고 시작할 것을 권합니다.
현대인들은 정서가 메말라 있다고 흔히 말합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영화로운 새시대를 열어주기도 했지만, 광란의 세기말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게임도 그렇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게임도 그 폭을 넓혀갔고, 이제는 실감나는 3D화면이나 가상세계의 체험 같은 것도 더 이상 먼 훗날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쩐지 그럴수록 더욱 목마름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점점 레벨이 높아지는 게이머를 위해 게임은 하루가 다르게 복잡해져 가고, 그런 게임들을 하나하나 클리어 하면서 우리는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며, 어지간한 게임에는 점점 눈길을 주지 않게 됩니다. 게다가 더욱 복잡해지는 게임을 클리어 하기 위해 모든 집중력을 게임에 쏟게 됩니다. 게임중독이란 그런 겁니다. 그러면서 점점 자신의 모든 역량이 게임에 집중되고 대인관계는 엷어지며, 게이머는 점점 더 세상과 멀어집니다. 멀티 플레이 게임의 경쟁이나 온라인 게임의 사회성이 그런 것을 대신해주리라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마땅한 놀거리가 없다는 고민은 사실 게임 매니아들만의 고민은 아닐 겁니다. 더욱 각박해지고 대화가 적어지는 현대인들 모두의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옛날 친구들과 즐기던 딱지나 구슬 같은 놀이에 대한 기억은 더욱 과장되어 그때가 좋았지라는 향수어린 추억으로 과장되기 마련입니다. 한가지 다행스런 일은 이런 배경의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놀거리가 많이 발굴되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할리 갈리 역시 그 좋은 예라 생각합니다. 종소리가 그렇고 종 위로 손이 겹쳐지는 느낌이 그렇고요. 이런 것이 디지털 게임과는 다른 아날로그 게임의 매력이죠.
15 March 2006, writer "Boardgamema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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